땡볕 따글따글한 정오의 나무 그늘이 움푹하네 그늘 없는 평상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 노인네의 갸울어진 얼굴이 움푹하네 이글거리는 한낮의 열린 창문 속이 움푹움푹하네
뜨개실을 다 들어내고 바구니 속으로 한 발을 살짝 넣고 아이가 움푹 웃네 바구니 속으로 남은 발을 마저 넣고 아이가 또 움푹 웃네 움푹한 곳마다 다보록한 시선이 놓이네 아이를 안은 바구니가 움푹 웃네
살기 위해 배를 가른 여자의 눈이 움푹하네 여자가 누운 불 꺼진 방이 움푹하네 어둔 방은 움푹한 아픔을 거우르고 있네 차마 손길을 주지 못한 움푹한 날들을 길게 거우르고 있네 혼자 누운 방에 슬며시 발을 디디면 방바닥이 움푹 꺼지네
당신은 움푹해서 좋아, 나 거기 들앉아 움푹한 세월이 어찌 갔는지 몰랐네 당신은 움푹해서 좋아, 나 거기 들앉아 움푹한 세상이 어찌 생겼는지 몰랐네 깜깜절벽 움푹한 당신의 집에 담긴 내 가슴이 움푹움푹하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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