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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은 2월 29일입니다.  4년만에 받아보는 공짜 선물이고 덤입니다. 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것도 공짜로 얻은 것입니다.  내 것이 아닙니다.  공짜로, 선물로 주어진 것입니다.  덤으로 사는 것입니다.  죽으면 가져 갈 것도 아닙니다.  내것도 아닌 것을 아등바등 잡으려고 애쓰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기도 합니다.

땅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돈을 사랑하지만 투기는 안 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.  사랑한다면 나눌 줄 알아야지요.  독점은 안 되지요.  배타적인 부부의 사랑도 자녀로 열매가 맺어져서 나눠지기 때문입니다. 

2월 26일(화)

허름하고 조그만 민들레국수집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습니다.  국수집을 넓혀야할 지 고민스러웠습니다.  어느 날인가 우리 손님들이 얼마나 오셔서 식사를 하시는지 숫자를 세어보았습니다.  한 시간 동안 최고로 많이 식사를 하셨을 때가 쉰 다섯 분입니다.  앉을 수 있는 자리가 겨우 열 개 뿐인데도 60분 동안 쉰 다섯 분이 식사를 하셨습니다.  그래서 그냥 버티기로 했습니다.  오전 열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일곱 시간을 문을 엽니다.  일곱 시간 곱하기 오십 명으로 계산하면 삼백 오십 명입니다.  더 많은 손님이 오신다면 장소를 넓힐 것이 아니라 시간을 늘이면 되겠다 싶습니다.

창고에 그 많던 부식들이 텅텅 비어 갑니다.  반찬도 지난 해보다 두 세 배 더 만들어야 합니다. 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.

국수집에 오는 길에 흥남상회에 들러서 무 두 자루. 양파 한 자루, 봄동 한 상자를 샀습니다.  이윤도 붙이지 않고 원가에 주십니다. 

그런데 어제 저녁에 고마운 자매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.  갈치를 보내도 되는지 물어보십니다.  우리 손님들께 갈치구이를 해 드리면 얼마나 잘 드실까!  스무 상자를 보내주신다고 합니다.

나물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.  숙주나물, 고사리나물, 토란대 나물과 도토리 묵을 듬뿍 주셨습니다.

오후에 봉사자들께 국수집을 맡기고 다녀올 데가 있었습니다.  참여예산학교에 들려서 인삿말을 하고 보라매 보육원에 가서 닭볶음탕용 닭고기 열 다섯 상자를 선물받아 왔습니다.

국수집 냉장고가 꽉 차버렸습니다.  갈치가 오면 아무래도 후레쉬 정육점에 부탁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.   

2월 27일(수)

오늘은 조금 여유가 있습니다.  우리 손님들이 막노동을 하러 많이들 나갔습니다.  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.

오늘은 닭볶음탕을 맛있게 만들었습니다.

반찬도 푸짐하게 내었습니다.

2월 28일(목)

쉬는 날입니다.

온 종일 빈둥거리면서 푹 쉬었습니다.

저녁에 대성씨가 "오늘은 젊어보인다"고 놀립니다.

노틀담복지관 수녀님과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힘든 걸음으로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셨습니다.  춥디 추운 곳에서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.

늦은 저녁을 대성 씨와 함께 했습니다. 

대성 씨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정근씨가 며칠 후면 퇴원을 하는데 부탁드릴 것이 있다고 합니다.  국수집 냉장고에 있는 소주는 전부 이층 냉장고로 옮기면 안 되겠는지 물어봅니다.  아무래도 정근씨가 이번에 퇴원해서도 술을 마시면 살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합니다.  정근씨는 아는 사람이 돈을 주지 않는다면, 그리고 국수집에서 냉장고에서 마음대로 술을 꺼내먹지 않는다면 술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랍니다. 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. 

2월 29일(금)

사년만에 돌아온 공짜, 덤, 선물인 날입니다.


출처 : 민들레 국수집

by 김만석 2008. 2. 29. 21:1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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